언젠가부터 파란 신호등 옆에 남아있는 시간을 나타내는 표시등이 붙어있다. 난 그것들이 참 섭섭하다. 예전에는 파란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기 전, 여러 바람들이 가능했다. 반짝거리기 전에 건너야지. 반짝거림이 그치기 전에 뛰어가야지. 빨간 불로 바뀌더라도 살짝만 뛰어주면 될거야.
남아있는 시간을 표시해주는 또 다른 파란 불이 달린 이후로, 원래의 파란 불보다는 옆에 달린 시간등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바람들은 사라졌다. 작은 불확실성마저 정해진 시간의 구획 속에 가둬버리는 그 시간등 때문에, 나의 일상은 더 쪼개진 셈이다. 불확실성이 주는 작은 희망과 만족은 사라지고, 초단위로 정해진 구획이 나를 가두게 된 게다.
이 시간등이 나에게 익숙해질 때 쯤이면, 나는 그만큼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 된 것일까. 그저 나는 숨이 차기만 한데, 그것이 더 나은 사람의 표준이란 말인가. 내가 게으른 건가? 아니면 세상을 늦게 받아들이는 건가? 나는 아직 서른 살도 안 된 젊은이일 뿐인데.
우리는 서로를 갑갑하고 피곤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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