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일이다. 국민학교 들어가기도 전으로 기억한다. 여름방학이면 김해에 있는 큰아버지 댁에 머물곤 했었는데, 고등학생이던 사촌누나 둘이 내 응석을 받아주느라 힘들어했다.
마산의 한 극장이었다. 스필버그와 어린 베일의 <태양의 제국> TV 광고를 보고 누나들한테 사흘 밤낮을 졸라서 보러 간 극장. 영화의 내용이야 10년 쯤 지나 다시 리마인드 시켰기에 제대로 기억하지만, 그날 그 극장에서 여섯 살 짜리 꼬마로서 느낀 사막의 황량한 기운은 그때 워낙 강렬하게 내 기억 속에 남아 아직 내가 베일의 마스크를 볼 때 가장 먼저 느끼는 이미지가 돼 버렸다. 나는 베일을 볼 때마다 사막처럼 황량한 기분이다. 그래서 <다크나이트>를 더 재미있게 봤을 지도 모른다.
베일이고 뭐고 떠나서 <태양의 제국>은 내가 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는 가장 오래된 영화다. 왜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서서 예고편을 보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다스리다가 파라마운트나 이십세키 폭스사의 로고가 나오면 갑자기 내 정신이 저 스크린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그런 경험 말이다… 영화 좋아한다면 그런 경험 다들 있지 않나…
아무튼 이 영화의 원작 소설가가 오늘 별세했다. 내가 이 소식을 접한 것은 뉴스 와이어를 통해서였다. 난 새벽에 국제뉴스부 야근을 서고 있었다. 미친듯이 날라드는 외신을 체크하고 있는데 “영화 <태양의 제국>의 원작 소설을 지은 발라드가 타계했다고 그의 대리인이 19일 밝혔다”라는 내용의 AFP 긴급 단신기사를 보게 됐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안 사람은 분명히 나일 것이다.
그래서 자랑질 좀 하려고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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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