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때였나?
돈 모아 사서 친구들과 몰래 돌려보던 `핫윈드’라는 성인잡지가 있었다.
언젠가 이 잡지에 갈색 피부의 섹시한 누나가 화보 모델로 나왔다.
누님은 어느 샌가 내 밤을 사로잡았다. 1~2년 후 TV에 자주 모습을 드러낼 때 까지.
누님은 곧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차지했지만,
내 기억 속엔 여전히 한 성인잡지의 섹시화보 모델로 남아 있었다.
오늘 그녀가 떠났고.
사람들은 또 하나의 뛰어난 배우를 잃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내 기억 속의 누님은 한 중딩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꿈 속의 여신이다.
거의 매일 밤 속옷만 입고 내 앞에 나타나 꿈 속을 점령했던.
그리고 이런 내가 나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
그때 나는 아무 것도 되기 싫었고, 아무 것도 하기 싫었고,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다.
부모와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었고, 학교에선 매일 선생한테 얻어 터졌다.
안 좋은 기억 뿐이다. 꿈 속에서 누나와 보냈던 시간을 제외하고…
진영이 누나. 잘 가요. 계속 생각날 거에요.
고마워요. 내가 가장 힘들 때 같이 있어줘서…
오늘 장롱 깊숙한 곳에 아직 숨겨져 있을 지도 모를
누나의 화보가 담긴 핫윈드를 찾아봐야겠어요.
아마 이제 사라졌겠지만…
.
"eRas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파란 신호등 옆의 화살표들. (댓글 0개 / 트랙백 1개) 2008/10/13
- [퍼옴] 마음에 드는 이성과 금세 가까워지는 '거울되기' (댓글 4개 / 트랙백 0개) 2008/09/16
- 오랜만에 집... (댓글 4개 / 트랙백 0개) 2009/01/26
- 블랙베리 GPS 활용. (댓글 2개 / 트랙백 0개) 2009/11/15
- 무기력증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9/02/28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moolpass.net/trackback/95
-
Subject : [故 장진영] 세상, 그 위로 날아오르다.
Tracked from 만통쩜넷_블로그 2009/09/02 20:49 del.장진영은 많은 얼굴로 기억되는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비록 여러가지 논란속에 흥행은 못했지만 저에겐 [청연]이란 영화로 너무 멋있게 기억에 남아 있는 여배우입니다. 그 영화의 메인카피가...
-
Subject : 20090901, 장진영, 비틀즈, DVD, 코코어
Tracked from DAYDREAM NATION 2009/09/06 02:08 del.- 올해는 정말 악운으로 가득한 한 해가 되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 같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두 편의 영화를 앞으로는 눈물 없이 못 볼 것 같다. 남들이 뭐라해도 내게 그녀는 야윈 표정 속 슬픔을 머금고 있던 <소름>의 선영과 오로지 하늘을 날겠다는 꿈만으로 당차게 살아갔던 <청연>의 박경원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전히 보여줄 것이 많은 그녀였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구로사와 기..

Comments
음... 이제야 봤네. 멋진 추도사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