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진영, 핫윈드

 

중딩때였나?

돈 모아 사서 친구들과 몰래 돌려보던 `핫윈드’라는 성인잡지가 있었다.

언젠가 이 잡지에 갈색 피부의 섹시한 누나가 화보 모델로 나왔다.

누님은 어느 샌가 내 밤을 사로잡았다. 1~2년 후 TV에 자주 모습을 드러낼 때 까지.

누님은 곧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차지했지만,

내 기억 속엔 여전히 한 성인잡지의 섹시화보 모델로 남아 있었다.

오늘 그녀가 떠났고.

사람들은 또 하나의 뛰어난 배우를 잃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내 기억 속의 누님은 한 중딩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꿈 속의 여신이다.

거의 매일 밤 속옷만 입고 내 앞에 나타나 꿈 속을 점령했던.

그리고 이런 내가 나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

그때 나는 아무 것도 되기 싫었고, 아무 것도 하기 싫었고,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다.

부모와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었고, 학교에선 매일 선생한테 얻어 터졌다.

안 좋은 기억 뿐이다. 꿈 속에서 누나와 보냈던 시간을 제외하고…

진영이 누나. 잘 가요. 계속 생각날 거에요.

고마워요. 내가 가장 힘들 때 같이 있어줘서…

오늘 장롱 깊숙한 곳에 아직 숨겨져 있을 지도 모를

누나의 화보가 담긴 핫윈드를 찾아봐야겠어요.

아마 이제 사라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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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장진영, 핫윈드”에 대한 3개의 댓글

  1. 핑백: DAYDREAM 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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