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아일랜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 명의의 땅 한 마지기 가질 수 없는 현실이 싫어, 한창 개척사업이 진행중인 신대륙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 온 그는 좌충우돌 끝에 땅따먹기 경주가 벌어지는 서부에 도착한다. 그리고, 피 터지는 경주에서 살아남아, 결국 한켠에 계곡물이 흐르는 땅에 깃발을 꽂는다. 영화 <파 앤 어웨이>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땅을 찾아 대서양을 건넌다. 온갖 고생을 하지만 결국 청춘을 건 레이스에서 승리자가 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건 주인공의 열정이다. 그러나 그 열정도 광활한 미개척의 서부가 없었다면 쓸데 없었을 것이다.

 

2008년의 한국. 그 중에서도 서울. 수많은 청년들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열정은 영화 속 톰 크루즈에 못지 않다. 대학을 졸업한 친구든, 고졸이 마지막 학력인 친구든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들 중 대다수의 꿈은 사실 별 개 아니다. 그저 자리 잡아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명의로 된 작은 집을 하나 장만하는 것. 그런데 그게 참 힘들다.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도 서울을 벗어날 수 없다. 젊은이라면 누구나 성공하고싶어한다. 성공을 위한 인프라는 모조리 서울에 몰려있다. 좋든 싫든 성공하고 싶다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한다. 그리고 가망 없는 열정을 끝없이 소진하며, 셋방에서 조용히 아저씨가 되어 간다. 원인은 결국 하나다. 좁은 곳에 천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땅값은 당연히 올라간다. 땅 위에 지은 집값도 역시 올라간다. 여기에 부자들의 투기심리가 더해진다. 결국 젊은이들의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은 없다.

 

이 가망없는 경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진 않다. 수도이전이라는 획기적 개선방안은 두 번 반토막 나서 그저 그런 계획도시 수준으로 변질됐다. 정부는 부자들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꺾을 정책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아마 청년들은 자신의 보금자리를 꿈만 꾸며 청춘을 다 바쳐야 할 게다. 톰 크루즈에겐 서부의 광활한 땅이 있었지만, 지금 우리 청년들에겐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있는 땅이 없다. 막막한 일이다. 가슴이 답답할 땐 괴담이 특효약이다. 지난 대선 때 양극화에 신음하던 국민들은 이명박이 만들어낸 ‘경제 괴담’의 환상에 빠져들었다. 현재 진행 중인 촛불시위를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보수언론과 정권은, 시민들의 항의를 ‘광우병 괴담’이라 치부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한 뼘 땅이 없어 고민하는 청춘들이여, 괴담을 하나 만들어 보자.

 

‘지방대 졸업한 내 친구가 서울에 사는데 비정규직이었거든. 근데 아무리 일해도 자기 집 못살 것 같아서 좌절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통일교에서 하는 어떤 사업을 듣게 된거야. 그게 내용이 뭐냐면, 왜 문선명 걔네들 돈 많잔아. 근데 뭐 선견지명인지 뭔지 몰라도 식량문제를 교주가 걱정해서, 한 십년 전부터 남미에 땅을 엄청 사놨데. 그게 다 농사짓는 땅인데, 거기서 농사지으면서 살 젊은놈들을 이주시킨다는거야. 그래서 그 친구가 혹해서 통일교로 개종하고 훌쩍 떠났거든. 근데 얼마 전에 연락이 왔는데, 거기 죽인다더라. 시골이라 좀 심심하긴 한데, 서울보다 공기 좋고 물 좋고 돈도 꽤 잘 번데. 게다가 통일교 걔네들 국제결혼하는 거 알지? 마누라 사진을 싸이에 올려놨는데, 완전 쭉쭉빵빵이야. 니콜 키드만보다 얘쁘데. 왜 남미애들이 젤 이쁘다잖냐. 진짜 부럽더라. 나도 통일교로 개종해서 남미로 갈까 생각중이야.’

 

괴담 내용 좋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다이나믹 코리아 아닌가. 단, 기독교 장로님 출신 각하께서는 좀 불편할 지도 모르겠다.

“땅”에 대한 한개의 댓글

  1. 와글와글 시끄러운 세상입니다.
    열심히 일한만큼 댓가가 되지 않는 사회라면,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겠죠…
    아직 그 이면의 탈을 벗지 않은 것뿐. 곧 그리될까봐 걱정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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