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을 다시 찾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후배녀석과 롤링 스톤즈의 Shine A Light를 보러가는 길이었다. 용산역에서 버스를 내리는 순간 왼쪽 주머니가 이상하게 가벼웠다. 항상 내 왼쪽 주머니 속에 있던 아이팟 클래식(무려 160GB짜리!!!)가 없었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귓구멍에 꽂고 있어야 하는 나이기에 눈앞이 어질어질 했다. 버스는 아닌 것 같았다. 후배 녀석도 자기가 내 뒤에 내렸는데 못봤다고 했다. 결국 학교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마지막 있었던 곳은 중앙 전산실이었다. 건물 전체가 전산실로 이루어져있는 건물인데, 나는 1층에서 컴퓨터를 쓰다 나왔다. 다른 층에 비해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기대는 접고 있었다. 그러나 혹시나 싶어서, 정말 만에 하나 그 자리에 아직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니 애지중지하던 아이팟에 대한 마지막 예의인 것 같아서, 학교 전산원으로 전화했다.

 

"아직 그자리에 있네. 언제 가지러 올 꺼에요? 지금 퇴근해야되는데 잘 안챙기고 ㅉㅉ…" 퇴근 직전에 걸려온 전화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한 학교 행정직 누님의 퉁명스런 목소리. 하지만 고맙기만 했다. 빙빙 돌던 하늘도 제자리를 찾았고.

 

신기한 건, 아니 꽤 감동스러운 건 아이팟을 분실하고 다시 찾을 때 까지 무려 한시간 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거다. 한시간 동안, 학기 초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았을 테고, 적어도 내가 썼던 컴퓨터 앞에 앉았던 사람들은 당연히 주인 없는 아이팟을 발견했을 텐데,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직 우리나라엔 착한 사람들이 많구나. 한국이라는 곳은 아직 믿을 만한 동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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