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후각을 사용해 얻은 느낌을 이르는 두 개의 상반된 단어가 있다. 향기와 냄새. 우리는 두 단어를
철저히 구분하여 사용한다. 봄의 향기, 사랑하는 이의 몸에서 나는 향기. 화장실 냄새, 땀 냄새. 가까이 하고 싶은 것에는 ‘향기’라는
단어를, 멀리하고 싶은 것에는 ‘냄새’라는 단어를 붙인다.

대형 할인 마트에서 카트를 정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손님들이 사용할 매장의 카트를 채워 놓기 위해, 하루 종일
주차장과 매장을 뛰어 다녀야 했다. 여름이 되면 특히 고역이었다. 매장과는 달리, 카트를 수거해야 할 주차장에는 냉방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 수십개의 카트를 몰고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새 내 몸에서는 쉰내가 나고 있었다.

어느 날, 쉰내 풍기는 나에게 한 손님이 다가왔다. 그녀는 내 가까이 오더니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깨끗해 보이는
여종업원을 향했다. 수치심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갔다. 분을 삭이려고 주차장으로 가서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그 때,
아버지에 대한 어렸을 적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다. 술 냄새를 풍기며 퇴근하신 날이 많았다. 나는 아버지의 몸에서 나는 술 냄새가 정말 싫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 가까이 가지 않으려 했다. 아버지는 공교롭게도 술을 마신 날에는 평소보다 더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려 했다. 결국,
나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서 술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곤 했다.

우리들은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 나는 향에 이름을 붙여본 적이 있다. “엄마 몸에서는 사과 향기가 나.” 그리고 우리는 그 품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술 냄새로부터는 어서 벗어나고만 싶어 했다.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 때는
어려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아버지가 겪었을 압박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향기가 있게 한 것은 아버지의 술
냄새였다. 그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의 향기나는 생활도 없었을 것이다.

좋은 향기에 다가가기 전에 그것을 있게 한 냄새나는 것들에 대해 한 번만 생각해보자. 우리가 받는 서비스와 좋은 상품들의 혜택
이면에는 언제나 노동자들의 땀내가 있다. 그것과 가까이 하기가 힘들더라도 외면하지는 말자. 그것은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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