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정치로망. 미래에서 온 사나이, 노무현

[그냥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써본 겁니다. 너무 민감하게 읽지는 말아 주세요]

 

 

 

슈퍼마켓에 앉아 담배를 태운다. 옆에 있는 사람이 신기하다는 듯 사진을 찍는다. 내일쯤이면 인터넷에 올라오겠지. 집에 돌아가면 날 보러 온 사람들이 몰려와 있을 거다. 이제 지겹다. 이 모든 건 내가 시작한거다. 담배 한 모금을 입에 담는다. 처음 담배를 입에 댔을 때가 떠오른다. 다이아나 때문이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때였다. 어리버리한 나는 어디서나 당당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녀가 택한 남자는 내가 아니라 경제학부의 제프리였다. 졸업 후 둘은 과거로 이주했다.

 

인구 과잉으로 몸살을 앓던 제국은 과거로 이주할 지원자를 모집했다. 제국에서 성공하려면 아메리카 대륙 출신이어야 했다. 아메리카 대륙 출신이 아닌 신민들에게 과거 이주 정책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 정도면 미개한 세상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다. 다이아나가 떠난 후 술과 담배로 인생을 망가뜨리던 나는 어느날 그녀를 따라 과거로 이주하기로 결심했다.

 

과거로 이주할 경우 성형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그녀를 다시 알아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녀에겐 그 어떤 여자도 따라갈 수 없는 고매한 품격의 아우라가 있었으니까. 우연히 TV에서 한 독재자의 딸을 보자 마자 다이아나일 거라고 짐작했다. 박근혜라는 촌스러운 이름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가 그녀를 사랑했다. 아마 그 독재자의 권력은 그녀가 가진 미래의 인지과학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리라. 그녀가 대중을 현혹시킨 방법도 마찬가지고.

 

어쨌건 나는 그녀의 마음을 다시 얻고 싶었다. 그녀는 권력을 사랑했다. 나는 대통령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인기와 돈이 필요했다. 인기를 얻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미개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징과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 따위는 줄줄 꿰고 있었다. 나는 ‘고졸’, ‘인권변호사’ 같은 타이틀을 만들어 나갔다. 대통령 후보가 된 후 돼지 저금통을 나눠주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었다. 미래에서도 나는 돈 모으는 일엔 젬병이었다. 합법적인 돈 만으로는 너무 부족했다. 부족한 정치자금으로 걱정하던 어느 날 이건희라는 자가 찾아왔다. 그는 굴지의 대기업 총수였다. 조건 없이 거대한 액수의 돈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었다.

 

그돈을 받지 말았어야 했다. 짧은 목, 작은 키, 비열하게 깜박거리는 눈. 이건희는 제프리였다. 대통령이 된 후 1년 여가 지나자 제프리는 나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나라를 움직여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실 난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난 오직 다이아나만 내 여자로 만들면 그만이었다. 제프리의 뜻대로 한미 FTA를 체결한 다음날 제프리가 나에게 찾아와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수고했어. 그런데 한 가지 슬픈 소식이 있다. 너 아직 다이아나를 사랑하지? 이걸 어쩌나. 우린 이제 부부나 마찬가지야. 재용이도 나와 다이아나 사이에 낳은 녀석이야. 이미 이 나라의 권력은 정치에서 시장으로 넘어갔어. 우린 재용이를 이 나라의 황제로 만들거야. 오바마 8세 같은. 그리고 너 덕분에 일이 더 수월해졌어. 후훗~."

 

언제나 그랬듯이, 그는 비열하게 눈을 깜박이며 웃었다.

 

다이아나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엔 차질이 없을 것이다. 새 대통령은 그들의 계획을 더 빨리 진행시킬 것 같으니까. 뭐 어찌됐건 상관 없다. 어차피 이 미개한 나라가 어떻게 굴러가던 나와 상관 없는 일이다. 그저 다이아나만 나를 좀 바라봐 줬으면 한다.

 

창 밖을 바라본다.

 

"와~~ 노무현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날 보러 왔다. 다 내가 만든 상징조작 때문이다. 매일마다 저들 중에 다이아나가 있는지 찾아본다. 오늘도 없다. 역시 짝사랑은 힘들다.

 

난 오늘도 봉하마을에서 다이아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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